5월9일 토고사역 마지막 날 오늘 가나행 버스티켓팅을 하며 소위 말하는 똥줄이 좀 탔는데, 가만히 돌아보니 아무 문제될게 없는데 혼자 마음을 썩힌 것이다. 내일 토고에서 가나로 출발할 버스 티켓을 구입하러 가기로 이야기가 되었다. 한국처럼 배차 시간이 정해져있는 것이 아니고 인터넷으로 예약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일찍 터미널로 가서 티켓을 예약해야한다고 했다. 그래서 토고의 테오도르 목사님과 가나 리차드 목사님과 함께 오전 일정을 빼고서라도 함께 터미널로 출발하기로 했다. 결과부터 이야기 하자면, 출발하자고 이야기가 나온지 두시간이 지나서야 출발할 수 있었다. 같이 동행하기로 한 테오도르 목사님이 갑자기 올라가 프랑스어로 메세지를 통역하시더니, 중간에 또 내려오셔서 다른 언어로 통역을 진행하시질 않나, 이제 출발할 수 있나 했더니 갑자기 어디론가로 사라지시고, 테오도르 목사님을 찾았더니 리차드 목사님이 사라지시고... 혹여 티켓이 없어 가나에 가는 시간이 늦춰질까봐 혼자 맘 졸이며 땀을 뻘뻘 흘렸다. 20명분 티켓을 사야하니까. 게다가 이것 때문에 프랑스어 통역 자료 만드는 것에도 차질이 생긴 것 같아 심장이 쪼그라 드는 것 같았다. 이런 기분을 잘 안다. 회사에서 사고를 쳤을때 많이 느껴본...ㅋㅋ 내가 맡은 일이 내 실수로 구멍났을때 상사가 알아차리 전까지 꼭 이런 기분이 든다. 사수에게 발견되어 욕을 신나게 들은 후 사과하고 일을 마무리 하거나, 사수가 알아채기 전에 잽싸게 해결해서 없던 일로 만들어 놓아야지만 사라지는 그런 류의 초조함이다. 여차저차 해서 혼자 호텔에서 교회 사이를 열심히 뛰어다니고, 테오도르 목사님께 제발 출발하자라고 몇번이고 간청한 후 "한국인들은 성격이 너무 급해, 좀 진정해요"라는 말을 들은 후에야 출발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터미널에 갔더니 버스가 없단다. 이유도 모르겠다. 티켓이 매진인건지, 오늘 마침 가나행 버스가 없는 건지, 원래 그런 노선이 없는 건지... 목사님 두분께서 한참을 이야기하시더니 가나로 국경을 넘어가 사와야 한다고 했다. 내 상식으로는, 바로 그 길로 가나로 가서 티켓을 사와야 안심이 될 거 같은데 일단 점심 먹고 출발하자고 한다. 점심을 먹는 것도 한참이 걸린다. 음식이 다 도착하는데 도무지 시작을 하지않고, 사람들은 하염없이 기다린다. 마지막 날 점심이기에 사람들 모두 아프리카 스타일 옷을 입고 오랫동안 밥을 먹고, 조목사님을 앞에 모시고 한마디 부탁한다. 마음이 타는 사람은 나뿐인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두 태평하다. 점심 시간을 한 3시간 정도 가진 후 드디어 두분이 출발하셨다. 이미 거리는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다. 저녁집회때 전까진 돌아오시기를 바라며 잠시 눈을 붙였다. 얼마나 잠이 들었었는지 모르겠는데, 갑자기 깨워서 나가니 리차드 목사님께서 찾아오셨다. 얼마가 지출되었고, 몇명분의 티켓이 어떤식으로 예약되었는지 결과만 딱딱 이야기 해주면 정말 좋을 것 같은데 (나는 평소에도 성격이 좀 급한 편이다) 설명을 아주 길게 하신다. 본인이 얼마를 받았고, 환전했더니 얼마가 되어서 중간에 기름값으로 이렇게 썼고, 국경너머 버스 터미널에 갔더니 이렇고... 막 잠에서 깬 탓도 있지만 평소 계산해온 방식이 아니라 이해가 잘 안되었다. 그래서 티켓팅은 잘 된건가요? 총 얼마가 들었나요? 나는 반복해서 물었다. 리차드 목사님은 종이를 꺼내시더니 또 그 설명을 반복하신다. 중간에 조목사님께서 지나가시면서 "차 한대를 대절하기로 했다"라고 말씀하셔서, 리차드 목사님께 "그럼 우리가 차를 한대 렌트 한건가요?" 물었더니 그건 아니라고 한다. 사건은 점점 미궁에 빠진다. 한참을 그걸로 실랑이하다가 결국 깨달은 것이, 둘다 같은 걸 이야기 하고 있다는 거였다. 영국식 영어는 단어 사용시 좀더 정확한 표현을 하고, 미국식 영어는 좀 더 모호하고 포용범위가 넓은 편이라고 한다. (리차드 목사님 말에 따르면..) 가나의 리차드 목사님은 "렌트"라고 이야기할때 차를 한대를 대여해서 차를 픽업한 후 운전도 우리가 하고, 모든 과정을 우리가 부담하는 것을 의미했고.. 내가 "렌트"라는 표현을 썼을땐 그냥 차 전체를 다 우리가 사용한다는 뜻이었습니다. 22명분의 티켓값을 지불하고 차 한대를 우리가 다 사용하게 되었으니 내 입장에서는 렌트가 맞았지만, 리차드 목사님 입장에선 운전기사와 호위해줄 경찰도 있는 버스를 터미널까지 가서 타야하는 상황이니 렌트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거다. 어이가 없지만, 약 20분 정도 이거를 이해하느라 진을 뺐다. 저녁집회에 가기 전 하루를 되돌아보니 기도가 나왔다. 정말 기괴한 하루였다. 하루 종일 마음을 졸이고, 발을 동동 구르고, 상대방을 마음으로 판단했는데.. 그런데 되돌아보니 그렇게 하지 않았어도 모두 되어질 일이었다. 단순히 문화차이 - 또는 일하는 방식의 차이 - 라고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하나님께서 주시는 메세지로 다가왔다. 어떤 일을 할때 아무 생각 없이 하면 결국 내가 늘 해오던 편한 방식으로 판단하고 움직이게 된다. 거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방식으로 일하는 사람을 "왜 저렇게 하지?"라며 판단하게 된다. 특히 이런 해외 현장에서는 문화와 언어가 다르기때문에 - 심지어 같은 영어를 사용할지라도 - 아무리 심혈을 기울여도 오해가 생길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정해진 답도 있을 수가 없고.. 매순간 그리스도를 붙잡고 질문하며 성령인도 받아 움직이는 것을 원하시는구나. 늘 내 생각대로 내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에 너무 익숙한 나를 아시고 하나님께서 오늘 하루 그렇게 마음 조리게 하신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