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05 오늘은 토고로 떠나는 날이다. 아침에는 스크램블드 에그와 토마토, 양파 볶음, 빵(=무화과 잼과 함께)을 먹었다. 빵에 잼을 바르고 달걀과 양파, 토마토를 올려서 먹으니까 이삭토스트나 서브웨이 못지 않은 아주 제대로 된 음식이 되었다. 이쯤되면 듣는 것도 말하는 것도 민망하지만, 모두 과식을 했다. 식사 후에는 함께 삶은 달걀 껍질을 깠다. 오늘 비행이 에티오피아의 아디스 아바바를 경유하는 일정인데, 경유지에서 12시간 이상 머물게 된다. 우리는 노숙을 예상했고 며칠 전부터 이에 대한 계획을 세웠다. 짐바브웨의 계란이 맛있었고 괜찮아서 사재기를(?) 해서-라기 보다 여섯 판을 샀다- 끼니 때 요리해먹고, 환승할 때 여러 가지 음식들(예를 들면 짜장라면)과 함께 먹기로 했다. 두 판 정도의 삶은 계란을 까서 준비했다. 그 후에는 잠시 시간을 이용해서 기념품을 샀다. 우리 나라 재래시장과 비슷한 곳에 갔는데, 공예품을 비롯해서 헌옷, 공산품까지 아주 다양한 물건들을 파는 곳이었다. 다들 프렌드라고 하면서 우리에게 접근해 왔는데, 그 스타일이 아프리칸 스타일이라 굉장히 적극적이고 살짝 공격적어서 솔직히 조금 무서웠다. 구경을 하려하면 옷을 잡아당기며 가게로 끌고 들어간다. 다가와서 뭐라고 말을 하기도 한다. 근데 또 프렌드를 외치면서도 또 엄청 바가지를 씌뭐서 흥정을 하면 기본 반값이 된다. 아무튼 친구 엄청 많이 생겼다ㅋㅋ 무섭긴 했지만 적극적으로, 또 전투적으로 말하는 것이 이들에겐 그냥 생활이고 자연스럽다는 게 보면서 이해가 된다. 이럴 때 그들의 기질에 대해 보기도 하고, 분위기들을 느끼다 보니 그곳에 간 자체가 재미있고 신기했다. 사역에 동행하면서 말씀을 통해서 여러 가지 기준이나 생각들이 무너진다. 그게 비단 말씀을 들을 때 뿐만이 아니라 그들과 부딪치고 그들을 겪으면서 그러한 일들이 또 생긴다. 그래서 사역 나오면 참 감사하고 사역 외적으로도 시야가 넓어지고 많이 배우게 된다. 점심은 남아 계신 제자분들과 함께 먹었는데, 계속 제자분들이 가셔서 식사를 해결하던 곳에 가서 외식을 했다. 비교적 고급 레스토랑인 것 같았는데, 우린 다 먹고 나오면서 집밥-짐바브웨 러셀 호텔 32호방밥이 훨씬 맛있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다시 한 번 김반석 목사님께 감사드린다. 점심을 빨리 먹고 일부는 공동짐을 쌌는데 교재와 음식 짐이 너무 많아서 싸는 데 조금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호텔 식당에서는 짐바브웨 목사님들과 모임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짐을 싸느라고 그 고백을 듣지 못하고 소혜가 올려준 녹취를 통해 읽게 되었다. 프린스 목사님부터 너무 선명한 고백에 놀랍고 한편으로는 그분들이 사흘동안 말씀을 받은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놀라우면서 감사했다. 한 분 한 분의 고백이 너무도 선명했고, 특히 매튜 목사님은 이미 남부 아프리카 복음화를 감당할만한 분으로 서고 계신 것 같았다. 고백을 읽는데 달리는 것 밖에는 남지 않은 경기장 안의 한 마리 말이 생각났다. 짐바브웨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대륙을 휘저을 한 분의 제자의 모습이 보인다. 모임을 가진 네 분의 목사님 모두에게 은혜로 하나님께서 계시를 허락하신 것을 보니 짐바브웨에 앞으로 일어날 일이 기대가 된다. 헤어지면서도 프린스 목사님으로부터 짐바브웨의 사역을 위해 기도를 부탁받았다. 그리고 왓츠앱을 통해서 소통하시길 원하셔서 연락처를 받았다. 뭔가를 시작하려는 움직임이 보였다. 실제로 그분들이 복음에 계시되는 것을 지켜보고 함께한 사람으로서 그분들의 사역과 짐바브웨를 놓고 정말 중심을 담아 기도해야겠다는 책임감이 느껴졌다. 공항에서 올때 탔던 미니 버스를 그대로 타고 공항에 와서 체크인을 하는데 부치는 짐 무게가 거의 다 초과가 됐다. 저울이 없어 미리 제대로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기내용에 있던 교재를 수화물 쪽으로 빼고 기내용 캐리어 하나에 짐바브웨의 삶은 계란과 라면 포트를 비롯한 끼니 해결용 물건들을 넣었던 탓도 있다. 그런데 정작 체크인 중에 항공사에서 호텔 바우처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야심차게 준비했던 삶은 계란 대부분을 버리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드니 허탈했다. 별 것 아닌 해프닝이지만, 그걸 보면서도 진짜 하나님께서 하시는 것에 우리는 맞춰 따라가는 것밖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마음과 중심을 다해 준비하지만,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대로 따라가는 것, 그것을 원하시는구나, 싶었다. 작은 사건 속에서도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있어 감사했다. 노숙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 감사해하며 비행기를 탔다. 에티오피아의 아디스 아바바 공항은 줄을 오래 서기로 유명하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아프리카 다른 나라를 갈 때 무조건 에티오피아를 들른다. 아프리카의 허브 공항인 것이다. 우리도 8시 5분 도착 비행기였는데 입국검사를 받고나니 10시 반이 다 됐다. 줄도 길었지만 가뜩이나 많은 사람들 틈에서 교묘히 새치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이가 없어서 웃겼다. 근데 그들은 가뜩이나 무서운 얼굴과 표정을 했는데 신경전을 벌여야 하니 무서웠다. 성은 언니를 대표로 위트있게 견제를 하며 줄을 지켜냈다. 실은 나이지리아 비자 발급을 진행할 때에도 영사님이 이들은 거짓과 부패가 생활화 되어 있으며 거짓말을 하면서도 본인이 거짓말을 하는지 모를 정도로 심각한 상태에 있다는 말을 해주셨는데, 공교롭게도 우리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한 사람들이 나이지리아 사람들이었다. 아직 이러한 문화들이 아프리카 안에 많다.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도움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어쩔 수 없이 만연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 때문에 복음에 흠이 가지 않도록, 복음 아닌 것을 붙여서 전달함으로써 복음이 변질되는 일이 없도록 더욱 더 주님앞에 엎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그러한 일이 아프리카 땅에도 일어나도록 기도가 되었다. 호텔에 도착하니 11시가 넘었다. 여담이지만 중간에 호텔 차를 기다리면서 삶은 계란을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그래서 저녁은 (이미 비행기 안에서 먹기도 했지만) 건너뛰기로 했다. 호텔 방에 올라왔는데 정말 넓직한 방에 침대가 두 개 있다. 땅이 커서 그런지 공간 활용을 잘 안 하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샤워를 하려는데 온통 비누뿐이다. 같이 방을 쓰는 소혜가 프런트에 샴푸에 대해 물으니 ‘비누 있잖아’라고 했다고 한다. 실은 거의 대부분의 여자들은 땋은 머리를 하고 있다. 그 머리 자체가 씻기도 힘들고 때문에 잘 안 씻는다고 들었다. 그런 탓도 있지 않을까? 그냥 이해하기로 했다. 정말 정말 오랜만에 비누로 머리를 감는데 뻑뻑하긴 하지만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따듯한 물로 씻을 수 있고 잠을 어느 정도 잘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시간이었다. 문화 차이를 많이 느끼는데 이게 이해가 되고 수용이 되니 감사하다. 내일은 토고로 이동해서 토고 주변 서부 아프리카 제자분들과 짐바브웨에서 했던 사역과 비슷한 모양으로 집회를 할 것 같다. 홍 목사님 말씀으로는 주일 저녁부터 집회를 시작한다고 한다. 서부 아프리카의 응답도 기대가 된다. 계속 은혜를 구하면서 우리와 항상 함께 하시며 인도하시는 하나님을 온전히 의지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