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10 자는데 잠을 설쳤다. 고산지대인줄은 알았지만 콜롬비아의 수도인 보고타는 해발 2,700m에 위치해 있다고 한다. 어제 저녁 먹는데 최목사님께서 약간 ‘고산이 왔다’고 하셔서 처음엔 설마설마 했는데, 자는동안 약간 토할 것 같고 뒷골이 땡겨서, 그리고 온 몸이 조금 욱신거리고 숨이 잘 안 쉬어져서 잠을 뒤척였다. 아주 조금씩 모든 증상을 다 겪은 것이다. 엘 알토에 가면 아주 죽을 지도 모른다고 수경언니가 그런다. 여기보다 거의 백 배 심하다는데. 갑자기 베이마르(볼리비아) 목사님이 존경스럽다. 오늘 일어나 검색해보니 백두산과 비슷한 해발고도에, 거의 대부분의 한국인 관광객들이 고산증세를 겪는다고 한다. 뭐 한 1800m 정도 되겠지 혼자 생각했는데 좀 충격을 받았다. 1800m라는 근거는 아무 것도 없었는데 또 혼자 지레 짐작을 했구나. 오전에는 환전을 하기 위해서 한국팀 일부가 길을 나섰다. 내국인이 할 때보다 외국인이 할 때가 더 낫다고 해서 갔는데 여권도 보지 않고 그냥 해줬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 길을 걸어 환전소로 갔다. 처음에는 버스를 타고 간다고 들었는데 조금만 걸으니 바로 번화가여서 근처에 있는 환전소를 발겨나고 들어가게 됐다. 근데 환전소 근처에서 젊은이들이 데모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데모 소리로 번화가 전체가 시끄러웠다. 처음에는 너무 또렷하고 큰 함성이라 뭔가 스포츠 경기를 틀어놓은 줄 착각할 정도였다. 근데 실제로 데모하는 사람들의 함성소리여서 놀랐다. 숙소에 돌아와서도 숙소 근처에서도, 오후에 후안 목사님(보고타 담당이시고 메데진의 알렉스 포사다 목사님 제자로 2016 두란노 대회 때 참석하신 적이 있다)교회로 가기 위해 그 거리를 통과했을 때에도, 계속 데모 인파가 함성을 지르며, 현수막을 펼쳐들고 시가 행진을 했다. 그 모습을 보시고는 벨무데스 목사님께서 하나님 떠나서 그렇다, 저들은 저들의 문제가 정치&사회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하나님과 단절된 문제인데 너무 안타깝다고 말씀하셨다. 그 얘기를 듣고 나니까 내 마음도 같이 아팠다. 거의 대학 청년들이었다. 그들도 그렇고 이 세상에는 자신의 진정한 문제가 무엇인지 착각하며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결국 하나님 떠난 것이 그들의 문제인데 사회가, 정치가 혹은 여러가지가 자기 문제라 생각하고 싸우기도 하고 갈등하며 고통스럽게 산다. 내 자신을 돌아보았다. 예수를 그리스도로 믿고 있다고 하면서 나도 모르는 새 다른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집중하고 있지는 않은가? 정말 믿는다고 하면서, 당세복 안에 있으면서도 정말 내 문제가 눈 앞의 문제들이 아니고 하나님 떠난 문제라고 인정이 안 되면 결국 데모하는 그들과 다를 바가 없단 생각이 든다. 아직까지 나의 모습 속에도 그 부분들이 남아있는 것 같아 더 마음이 아팠다. 이 데모로 인해서 약간 일정이 연기되었다. 지금 나가면 그들때문에 차도 막히고 가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일단 데비슨 목사님 차에 거의 모든 짐을 실었다. 그러고서 일부 남은 캐리어들을 끌고 걷기 시작했다. 호텔 근처에서는 택시가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길을 가면서 초기에 번화가에서 파는 과일과 엔빠나다(콜롬비아의 아래빠, 튀긴 만두 같은 음식으로, 안에 고기, 닭고기, 햄 등이 들어있는 음식인데 우리가 먹은 건 우습게도 멕시코식이었다)를 먹었는데, 이 음식파티가 마치 앞으로의 여정을 예고한 듯 보였다. 무슨 말이냐 하면, 거의 30분은 넘게 걸었던 것 같다, 작은 짐들을 끌고서. 교재 4박스 중에 하나를 미처 못 실었는데 남자분들께서 돌아가면서 그걸 들고 걸으셨다. 손잡이도 없고 캐리어 무게와 비슷한 교재 박스를 어깨에 지기도 하고 캐리어 위에 놓고 끌기도 하면서 걸었다. 누가 보고타가 춥다고 했는지. 어제의 추위는 기억도 안 날 정도로 따뜻했다. 햇살이 나서 그런 것도 있지만 짐을 들고 걸어서 그런 것 같다. 그래도 콜롬비아를 가까이서 느낄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다. 대통령이 사는 곳 앞의 비둘기 많은 유명한 광장도 보고, 콜롬비아의 전통거리도 지나고, 우리나라 동대문 같은 옷 가게들도 봤다. 난 이번이 세 번째인데 처음 이렇게 사실적으로 콜롬비아를 보게 되었다. 그렇게 걷고 나서 다시 데비손 목사님의 차와 만나서 남은 짐들을 싣고 또 여성분들을 타시도록 했다. 그리고 나머지 팀들은 걸어서 교회로 갔다. 몇 분 걸리지 않아서 도착을 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멕시코의 파비앙 목사님 팀(+루이스 중직자), 칠레 마그다 모녀, 아르헨티나 앙헬 목사님, 과테말라 깔리토 중직자와 볼리비아 베이마르 목사님, 그리고 엘살바도르 팀 일부와 만나게 되었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 너무나도 반갑다. 그 후에는 계속 대기를 했다. 우리가 도착한 게 거의 두 시가 다 되어서였는데, 점심이 늦게 준비돼서 조금 기다리다가 점심을 먹고, 중남미 국제 팀들이 입국하는 것을 기다렸다. 공항에서는 무 목사님 부부가 계속 팀들을 맞이하셨다. 기다리는 와중에 몇 가지 고산병에 대한 일화가 있어서 적어본다. 고산병 일화1 교회에서 대기하는데 어쩌다가 최 목사님 어깨를 주물러 드리게 되었다. 등을 좀 두들겨 드린다고 조금 힘을 썼다. 근데 갑자기 맥박이 뛰는 게 목에서 느껴진다. 심장이 엄청 일을 하기 시작한다. 조금 움직였는데?? 고산지대라 조금만 움직여도 힘이 들고 심장이 빨리 뛴다. 당황스럽다. 고산병 일화2 길을 가면서 엔빠나다와 과일을 먹었는데 조금 많이 먹긴 했지만 3시가 넘어 늦은 점심을 먹을 때까지도 그게 그대로 남아서 배가 부르다. 물론 그런 느낌이 듦에도 불구하고 닭고기와 함께 아보카도를 곁들여 맛있게 점심을 먹었지만, 이상하게도 포만감이 오래간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아마도 고산병 증세 중 하나인 소화기능의 저하인 것 같다. 고산병 일화3 아침까지도 멀쩡하고, 내가 고산병 증세를 얘기해도 공감하지 못하던 성은 언니가 교회 안에 들어와서는 줄곧 잠만 잔다. 칼슘 때문이라고 했지만 아주 많이 추위를 타며 계속 힘이 없는 모습인 것이 고산병 증세 중 하나인 것 같다. 다른 분들도 모양이 다르게 고산병을 호소하신다. 근데 중남미 분들은 무던한 성격 때문인지 아무도 그런 말씀이 없다. 다만 베이마르 목사님은 매우 매우 멀쩡해 보이신다. 식사 후 두어 시간 대기한 후에 짧게 벨무데스 목사님 말씀을 듣고 각지로 흩어질 터미널로 향하게 됐다. 처음에는 이 교회로 전부 모였다가 인사를 나누고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터미널로 가려고 했는데 사람 수도 많고 짐 같은 것도 왔다갔다 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서 그냥 바로 공항에서 터미널로, 또 우리는 교회에서 터미널로 가기로 했다. 약 한 시간을 달려서 터미널로 갔다. 도착하고 얼마 있지 않아서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게 됐다! 꿈브레 이후 얼마 안 됐지만 너무도 반갑다. 그리고 대부분의 평신도 사역자 분들은 약 1년 만이다. 작년엔 결혼도 안 했었는데 무려 임신 5개월이 된 마리페(멕시코 쌍둥이)와 남편, 마리호&마르띤 부부와도 아주 반갑게 재회를 했다. 얘들은 작년부터 나만 보면 왼손 네 번째 약지를 가리키면서 언제 할 거냐고 놀려대는데, 작년 두란노 대회 이후에 크게 연락한 것도 아니지만, 또 나이차이도 좀 나지만, 그냥 그들과는 언제 봐도 친숙한 그런 느낌이 있다. 그렇게 여러 반가운 얼굴들과 인사를 나눴다. 그 모습만으로도 참 흐뭇하고 기쁜 광경이었다. 쿠바의 아놀드 목사님께서는 조 목사님을 만나시자마자 쿠바 사역에 대한 보고를 하신다. 하바나를 비롯한 서부 지역에서 청년들이 사역자로 일어나고 있는 것과, 또 2016년? 에 멕시코의 까르멘(피니셔와 동고동락한 그 까르멘) 사역자와 연결되어 말씀공부를 하던 앙골라의 제자가 다른 앙골라 제자들을 찾아 서부 지역 사역을 목숨 걸고 하고 있으며, 앙골라를 살리기 위해 기도중이라는 이야기, 이제 쿠바에 사역자들이 너무 많아서, 쿠바 안에만 있을 수 없다는 이야기 등등을 해주셨다. 그러면서 목사님은 말씀하시기를, 복음은 생각(개념, 혹은 이론)이 아니기 때문에 전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그 말씀이 엄청 부딪쳐 온다. 사실은 말해보지 않으면 복음이 얼마나 힘 있는지 모른다. 현장이 없으면 안된다. 정말 공감이 된다. 이후에 마리페 부부와도 버스를 기다리면서 대화를 나눴는데, 너희는 한국에서 어떻게 하고 있느냐고 질문을 들었을 때 이렇다 할 이야기를 하지 못해서 부끄럽기도 했다. 이미 한 교회를 돕고 있는 친구들이라고 지난 번 피니셔 보고 때 들었다. 그들 앞에서 나는 루디아의 집 친구들과 전도 현장에 가고, 찬양 전도를 하고, 또 친구와 말씀운동을 하는 것 이외엔 별다른 게 없다는 게 마음이 아팠다. 물론 교회 안에서도 사역 하고 있지만, 한국의 사정이 유별나지만, 그래도 뭔가 마음이 뜨끔한 것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터미널 들어가는 한켠에서 조목사님과 벨무데스 목사님, 또 에르난도 중직자가 인삿말씀과 오리엔테이션을 짧게 진행해 주셨다. 말하는 분들 뒷쪽에서 모여있는 국제 팀들을 보는데 정말 장관이었다. 작년에도 큰 물결이었지만 해를 더할수록 중남미의 당세복 물결은 점점 더 그 크기를 더해가는 것 같다. 작년에만 해도 사역에서 봤든, 보고를 통해서 들었든, 직간접적으로 다 아는 사람들이었는데, 이제는 내가 다 알 수 없는 많은 분들이 더해졌다. 서 있는 모습만으로 사역의 크기와 깊이가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이 대륙이 다른 대륙을 살리게 될 것이 보였다. 9개의 지역으로 나뉘어 사역을 하게 된다. 이미 팀은 다 나눠져 있다. 터미널에서 각 지역으로 가게 된다. 참고로 한국팀은 보고타, 요팔, 메데진으로 나눠졌고, 그래서 원래 한국팀 전원이 들어가기로 한 요팔 팀이 없어지고 아놀드 목사님께서 사역을 맡으신 메타 지역 팀과 함께 움직이게 되었다. 나는 원랜 보고타 팀이었는데 조목사님께서 메시지 하실 때 촬영할 사람이 필요해서 요팔(메타)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저녁 9시쯤? 버스를 타고 밤새도록 달려서 새벽 4시쯤 가이탄이라는 도시에 도착했다. 말이 7시간이지, 우리 나라 관광버스(보통임, 우등 아님)같은 버스에, 계속 콜롬비아 가요나 이상한 액션 영화가 나오는 버스를 타고 저녁도 거른 채, 밤새 뒤척이며 버스를 타고 사역지로 가는 것이다. 비는 추적추적 내리고, 뒷쪽에서 화장실 냄새도 나고(버스 안에 간이 화장실이 있는데 더럽다), (물론 12시간 이상 가는 팀도 있는데, 아까 그 5개월 임산부가 그 팀이라 걱정이 된다ㅠㅠ) 약간 멀미도 나는 가운데, 이런 불편한 환경 속에서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나는 잠이 안 오다가도 잘 자는 사람이었기에 비몽사몽간이었지만, 정말 이 사역의 의미를 깨닫게 해달라고 기도가 되었다. 또 이번 주 말씀을 듣는데, 정말 내 인생을 돌아보면 엄청난 눈에 보이는 응답은 없었지만 절묘하게 나를 만들어가시고 기묘하게 역사하심을 깨닫게 되는데, 그런 하나님을 계속 볼 수 있도록, 성경에 있는 그대로 그분을 알 수 있도록 기도가 되었다. 우리가 도착해서 내일(?)부터 사역하게 될 이곳은 벨무데스 목사님의 둘째 사위분이 사시는 곳이다. 이분이 공무원이셔서 공무원들 대상으로 오후 4시에 집회가 있고, 또 6시에는 어떤 목사님께서 준비하신 집회에서 아놀드 목사님께서 말씀을 전하실 예정이다. 내일부터 실제 사역이 시작이 된다. 우리를 여기까지 인도하시고, 또 큰 역사를 통해 당신을 계시하실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돌려드린다. 예수는 그리스도! 당대세계복음화!